티스토리 뷰

출처; IGM(세계경영연구원); https://www.igm.or.kr/

세종대왕 하면 훈민정음, 집현전, 측우기, 해시계와 같은 찬란한 업적을 생각할 수 있는데, 스물 두 살에 왕위에 올라 32년 동안 과학, 예술, 학술, 군사,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끈 조선초기의 리더였습니다. 세종 리더십의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리더쉽 전문가인 데이브 얼리치(Dave Ulrich) 분석한 리더십 코드 5가지에 맞춰 IGM에서 쓴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요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을 밀어붙이는 현 정부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과반수가 넘는 것이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소수를 설득하는 과정도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과정이니까요……

 

# 1. 장기적 비전을 설정하고 실현하라!

1392년 태조 이성계가 ‘민유방본(民惟邦本: 백성이 나라의 근본)’의 이념에 따라 건국한 조선은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1418년에 세종이 제4대 왕으로 즉위했습니다. 당시 조선은 백성들은 굶어 죽는 일이 허다했고 위로는 오랑캐, 아래로는 왜구의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패권을 가졌던 명나라의 눈치를 보느라 오랑캐의 침략에 맞서는 것 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건국이념은 말뿐이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을 보며 세종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으며 왕의 입장이 아닌 백성들의 입장에서 생각위민(爲民)강국(强國)이라는 두 가지 큰 비전을 세웠습니다. 세종은 “누구나 와서 농사지으려 하고, 장사하려 하고, 벼슬하려 하면 비록 영토와 군사는 작더라도 아무도 공격할 수 없는 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조선의 미래를 꿈꾸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비전을 이루는 일이라면 끝까지 밀어붙였는데, 조세개혁을 완성하는 데에만 무려 17년이나 걸렸습니다. 당시 관리들의 각종 비리로 인해 문제가 많았던 조선의 조세제도를 고치기 위해 세종은 즉위 9년에 새로운 조세제도인 “공법제”를 발표했습니다. 공법제는 관리들이 상황을 파악하여 세율을 정하던 기존 조세제도와 달리 세율을 국가에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양반의 반대에 부딪혀 당장 시행할 수 없게 되자,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반대하는 사람들과 일일이 토론과 대안을 찾는 과정을 통하여(무려 17년!!!) 토지의 비옥도, 풍작, 흉작에 따라 9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세금을 공정하게 거두는 기준을 마련했고, 공법제는 이후 조선왕조 조세제도의 뿌리가 되어 조선의 발전을 이끌게 되었던 것입니다.

 

# 2. 철저하게 실행하라!

세종은 찬성과 반대가 심하게 갈릴 때,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신하들을 모아 격론을 벌이게 하고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토론을 즐겨 활용했습니다.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뒤에는 일을 맡을 사람을 정해 전적으로 일을 맡기고, 스스로도 결정된 일의 실행여부를 자주 챙기면서 책임자가 일을 잘 진행시킬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럼으로 인하여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일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1432년 여진족이 백두산 아래 파저강 근처에서 조선 백성을 58명 죽이고 100여 명을 납치해간 사건이 터졌을 때, 세종은 몹시 분노해 여진족을 토벌하겠다고 신하들에게 알렸지만, 반대하는 신하가 대다수였습니다. 세종은 신하들을 모아 왜 반대하는지 듣기 시작했습니다. 세종은 모든 반대 이유를 듣고, 하나하나 철저하게 해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명나라 황제에게 상황을 알리는 글을 보내 지지를 얻었고, 여러 차례 사람을 파견해 여진족의 거주지와 지리조건을 면밀히 파악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신하들은 결국 토벌을 받아들였고, 반대하던 최윤덕 장군도 마음을 바꿔 토벌을 지휘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구체적인 토벌 전략을 세울 때도 끝까지 반대했던 신하를 토론에 불러 토벌 시기, 병력 규모, 강 건너는 방법, 진법, 지휘자 선출 등을 다각도로 논의했습니다. 생산적 토론을 통해 철저하게 준비한 여진족 토벌은 1433년 4월 19일 기습공격을 시작으로 9일간의 전투 끝에 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 3. 인재를 키워라!

세종은 ‘인재는 국가의 지극한 보배’라고 여겨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조선의 싱크탱크로 불리우는 집현전(集賢殿)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관원들의 고과방법이나 처벌 방법과 같은 각종 제도를 수립할 때 자문 역할을 했고, 의학, 역사, 농업 등 많은 분야의 서적을 편찬해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세종은 어떻게 집현전 학자들을 최고의 브레인으로 키웠을까요? 먼저 세종 본인이 직접 나서서 가르쳤습니다. 대표적으로 경연(經筵)을 들 수 있다. 경연은 왕과 신하들이 함께 고전을 공부하면서 당면과제를 풀어가는 일종의 회의입니다. 한 구절을 소리 내어 읽고, 그 구절을 적용할 수 있는 제도나 문제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다가 좋은 의견이 나오면 세종은 그 의견을 바로 활용할 수 있게 지시했었습니다. 마치 오늘날 기업들이 유사 성공사례(best practice)를 보며 과제를 풀어나가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여건에도 신경 썼습니다. 왕실 도서관인 장서각(藏書閣)을 건립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지원했고,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를 두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에게 투자했습니다. 사가독서 제도는 학자에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유급휴가를 주는 것으로 오늘날 “안식휴가(安息休暇)” 개념과 비슷한 것입니다.

 

# 4.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라!

세종은 이렇게 정성을 다해 키운 무수히 많은 인재들을 핵심인재, 교화해야 할 인재, 물리쳐야 할 인재의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데에도 능했습니다. 핵심인재는 한 마디로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충성스러운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오랑캐를 제압할 수 있어도 자기의 공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교화해야 할 인재는 능력은 있지만 다른 것이 부족한 사람으로 총명하지만 탐욕스런 사람을 말하며, 물리쳐야 할 인재실수를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색을 밝히거나 재물을 긁어 들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종은 이 3가지 유형 중 물리쳐야 할 인재는 과감히 버렸고, 교화해야 할 인재는 두 가지 원칙(능력 + 교정 가능)에 따라 적재적소에 활용했습니다. 조선 초기 태종에게 인정을 받았던 유능한 인재였던 황희는 세종이 등용할 때 고민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먼저 세종의 세자 책봉을 반대했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점이 있었고, 두번째는 죄 지은 유부녀와의 스캔들이 있어 엄청난 결격사유를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종은 그의 능력을 인정하였고 교화를 통해 이후로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기 때문에 등용하였습니다. 태종 때 장원급제를 한 조말생도 세종 8년에 노비를 뇌물로 받은 사건에 휘말리고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유배를 보냈지만, 반성을 한 이후 다시 불러들여 파저강(婆猪江) 여진족 토벌, 변방수비 등 북방정책에 큰 기여를 하게 하였습니다. 다만, 능력이 아무리 출중하더라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 잘못이라는 것을 모르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걸러냈습니다.

 

# 5. 끊임없이 학습하라!

세종은 장자인 양녕대군 대신 뒤늦게 세자가 됐습니다. 갑자기 세자에 오르게 된 세종은 세자교육을 고작 52일 받고 왕이 되었습니다. 세종은 왕자 시절부터 식사 중에도 양쪽에 책을 펼쳐두고 읽을 정도로 책벌레였습니다. 책 한 권을 잡으면 30번은 거뜬히 읽었고, 경서의 경우에는 100번씩 읽어도 모자라게 느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학과 같은 잡학이라도 국가 경영에 필요하다면 모조리 공부했습니다. 이러한 통합적인 학습은 세종이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남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에게도 통합적인 학습을 강조했고 본인도 나서서 이를 실천했습니다.

 

세종대왕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철저하게 실행에 옮긴 왕이었습니다. 그리고 신하들 개개인의 재능을 키워 제대로 활용했으며,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리더였습니다. 바로 이러한 특성이 세종을 탁월한 리더로 만든 비결입니다.

 

<리더십 코드 점검하기>

리더십 코드(Leadership Code: Five Rules to Lead By)는 미시간 대학교(The University of Michigan)의 데이브 얼리치(Dave Ulrich) 교수가 수많은 리더쉽 연구를 종합해서 도출한 탁월한 리더의 공통적인 5가지 특성을 말합니다. 세종 리더십 5계명이 각각의 리더십 코드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장기적 비전을 설정하고 실현하라’는 전략수립(Strategist) (Shape the future)에 해당하고, ‘철저하게 실행하라’는 실행(Executor)(Make things happen), ‘인재를 키워라’는 인재개발(Human Capital Developer)(Build the next generation),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라’는 인재운용(Talent Manager)(Engage today’s talent),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학습하라’는 개인역량(Personal Proficiency)(Invest in yourself)에 해당됩니다.

얼리치 교수에 따르면 리더들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개인역량’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내성적이든 외향적이든 스타일에 상관 없이 리더라면 반드시 사람들이 따르게 만드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리더는 언젠가 이루어질 그날을 바로 “지금에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미래를 보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에서 실행’하는 것 모두를 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전략수립’‘실행’에 해당합니다. 또한 리더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활용’하고, ‘미래의 성공에 필요한 경쟁력’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인재운용’‘인재개발’에 해당합니다.

 

훌륭한 리더들은 리더십 코드 중 적어도 2가지는 탁월하게 잘했다고 합니다. 개인역량 외에 나머지 전략수립, 실행, 인재운용, 인재개발의 리더십 코드 4가지 영역 중에서 나에게는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지금 당장 생각해 보고,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이미 탁월한 리더가 되는 지름길에 들어선 것입니다.

 

'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대한 부자들로부터 배우는 7가지 인생 교훈  (0) 2021.02.07
구사(九思)와 구용(九容)  (0) 2020.12.20
늙어가면서 사귀어야 할 친구  (0) 2020.09.06
친구의 종류  (0) 2020.06.28
지혜가 있는 글귀  (0) 2020.05.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