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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강원도 평창의 한 여름 봉평장터에서 대화장터로 가는 한 떠돌이 삶의 애환과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하는 낭만적 서정적 소설입니다. 매년 9월이면 메밀꽃이 눈처럼 날리는 봉평 메밀축제가 열린다고 하네요. 음식이야기의 첫번째 주제로 메밀을 골라봤습니다. (모밀은 메밀의 사투리로 메밀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정약용의 경세유표(經世遺表)에 의하면 대맥(大麥)은 보리, 소맥(小麥)또는 진맥(眞麥)은 밀, 교맥(蕎麥) 또는 목맥(木麥)은 메밀이라고 합니다.

 

우선, 씨를 보면 잘 아는 볍씨와 비교해 볼 때 메밀은 까맣게 탄 것 같고 생긴 모습도 밀, 보리와는 전혀 달라 보입니다. 벼와 보리는 탈곡을 하면 껍질이 잘 벗겨 지지만, 밀은 생긴 모습을 보면 가운데 부분이 약간 안으로 들어가 있고 껍질 안쪽이 부드러워 탈곡과 도정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밀가루를 만드는 제분업은 과정도 복잡하고 투자금액이 커서 큰 회사들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잘못하면 껍질이 섞여서 부드럽고 하얀 밀가루를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메밀 또한 탈곡과 도정 과정이 어려워 도정을 아무리 조심스럽게 하더라도 껍질 부분이 약간 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분쇄를 하게 되면 약간 회색이 나오는 것입니다. 밀과는 달리 글루텐이 형성되지 않아 잘 끊어지는 메밀 면발을 자세히 보시면 검은색 점들이 보이실 겁니다. 그게 껍질입니다. ㅋㅋ

 

메밀의 원산지는 재배종 메밀의 야생종이 발견된 지역인 러시아 바이칼호()중국 북동부·아무르강() 일대를 중심으로 한 동부 아시아의 북부 및 중앙 아시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당나라 때 처음 알려져 송나라 때에는 널리 재배되었고, 한국도 원산지와 가까우므로 중국을 거쳐 오래 전부터 재배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꽃과 열매 비교 ]

메밀은 건조한 땅에서도 싹이 잘 트고 생육기간이 60∼100일로 짧으며 불량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특히 강해서 그 재배범위가 넓습니다. 높이는 60∼90cm이고 줄기 속은 비어 있으며, 뿌리는 천근성1)이나 원뿌리는 90∼120cm에 달하여 가뭄에 강합니다. 꽃은 백색이고 7∼10월에 무한꽃차례2)로 무리 지어 피며 꽃에는 꿀이 많아 벌꿀의 밀원이 되고 타가수정을 주로 합니다. 메밀은 밑동 쪽부터 먼저 익고 다 익은 열매는 잘 떨어지기 때문에 열매의 절반 정도가 검은색을 띠면 곧바로 수확합니다.(10월 상순 내외) 『농사직설(農事直說)』 종교맥조(種蕎麥條)에도 “열매가 절반은 검고 절반이 흰빛일 때 베어 거꾸로 세워 두면 모두 검게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1) 천근성(淺根性, shallow-rooted): 뿌리가 지표면 가까이에 퍼져 있는 양식.

2) 무한화서(無限花序, Indefinite Inflorescence)라고 하며, 꽃의 형성, 개화의 순서가 아래에서 위로,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차차 피기 시작하는 꽃차례로 많은 꽃눈이 만들어지면서 꽃차례의 맨꼭대기는 계속 자람.

 

옛 선조들은 메밀을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라 부르며 신성하게 여겼습니다. 푸른 잎, 붉은 줄기, 흰 꽃, 검은 열매, 노란 뿌리 등 오색을 갖춘 신비한 영물이라는 것입니다. 열매뿐 아니라 식물체의 모든 부분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잎은 차나 채소로, 꽃은 밀원으로, 열매의 껍질은 베갯속(껍질이 검정색이라 더욱 찬 성질)3)으로 사용하는 등 버릴 것이 없는 것이 메밀입니다. 요즘 잎과 줄기에서 혈압강하제로 쓰이는 루틴(rutin)을 추출합니다. [고혈압, 동맥경화증 환자] 루틴은 비타민P의 일종으로, 모세혈관 벽을 튼튼하게 하고 혈관의 투과성을 조절해 줍니다. 루틴의 효과는 비타민C가 결합되면 더 높아져 메밀음식을 먹을 땐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곁들이면 좋습니다. 반면, 고온에는 루틴 성분이 변형되므로 메밀국수는 너무 오래 삶지 말고, 국수를 삶은 면수까지 마시는 게 좋다고 합니다. 뿌리와 잎, 줄기는 성질이 차고 맛이 신데, 지혈작용과 해독작용을 합니다.

3) 식물의 경우 뿌리로 갈수록 양(陽)적이고, 열매(金)는 속보다 껍질이 더 음(陰)적. 게다가 색깔이 검으니 더 음(陰)적임. 그래서 메밀 베개를 베고 있으면 머리가 시원해 짐. blog.naver.com/sonwbsy/120205902649

 

메밀은 소화가 잘 안되고, 많이 먹으면” 풍증를 일으켜 현기증이 날 수 있으며 눈썹과 수염이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소화기가 약하고 속이 찬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메밀독은 무를 짓찧어 즙을 내어 마시면 낫습니다. 무가 없으면 무씨를 갈아서 물에 타 먹어도 됩니다. (메밀냉면이나 메밀국수에 무가 같이 나오는 것이 메밀독에 의한 피해를 없애기 위함입니다)

 

 

(메밀, 생것 100g 당 / 열량 374 kcal)  메밀가루 100g당 열량 364 kcal / 메밀 (미국 USDA) 100g당 열량 343 kcal 

https://www.foodsafetykorea.go.kr/fcdb/simple/search/firstList.do

수분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식이섬유

회분

비타민A

비타민C

베타카로틴

9.8 g

11.5 g

2.3 g

74.7 g

5.0 g

1.7 g

17.0 RE

- mg

104.0 ㎍

칼슘

나트륨

칼륨

레티놀

티아민

나이아신

리보플라빈

18 mg

308 mg

2.6 mg

14.0 mg

477 mg

- ㎍

0.46 mg

1.2 mg

0.26 mg

기타

비타민 B1/2/6, 비타민 E, 필수아미노산(라이신, 시스틴, 트립토판)

 

방약합편(方藥合編) – 혜암 황도연(惠庵 黃度淵, 1807~1884) 지음

 

교맥(蕎麥) : 메밀

蕎麥甘寒鍊五臟 益氣動病類相當 (교맥감한련오장 익기동병류상당)

메밀은 달고 찬데 오장을 좋게 하고 기 또한 보한다오.

그렇지만 많이 쓰면 병 생기게 한다더라.

[부연설명] 메밀을 오래 먹으면 풍증을 일으킨다. 메밀가루는 여러 가지 헌데를 생기게 한다. 메밀가루는 사탕물에 타서 먹으면 이질을 치료하고 눋도록 닦아서 끓인 물에 타서 먹으면 교장사(絞腸沙)를 치료한다. 메밀 독을 풀려면 무를 짓찧어 즙을 내어 마시는데, 만일 무우가 없으면 무씨를 갈아서 물에 타 먹는다.

 

동의보감(東醫寶鑑) – 구암 허준(龜巖 許浚, 1539~1615) 지음

 

교맥(蕎麥) : 메밀

能鍊五臟滓穢. 作麪作粥食之佳 (능련오장재예 작면작죽식지가)

메밀은 오장의 찌꺼기를 잘 녹여 없앤다. 국수로 먹거나 죽을 쑤어 먹으면 좋다.

(번역출처: 동의과학연구소 옮김)

 

의학입문(醫學入門) – 이천(李梴, 명나라, 생몰연대 미상) 편저

 

蕎麥甘平去滓穢 食久風動脫眉鬚 (교맥감평거재예 식구풍동탈미수)

메밀은 맛이 달고 기운은 평하며 찌꺼기를 제거해 주고,

오래도록 먹으면 풍이 일어나 눈썹과 수염이 빠진다네.

[부연설명] 교맥은 성질이 차갑고 독은 없다. 장위를 실하게 하고 기력을 더해 준다. 오래도록 먹으면 체하고 머리가 어찔하게 된다. 돼지고기, 양고기와 같이 먹으면 열풍라(熱風癩)가 생겨서 눈썹과 수염이 빠지게 된다. 비록 여러 병을 일으키게 하지만 단석(丹石)의 독을 꺾어 버리고 오장의 찌꺼기를 제련하고 정신을 이어줄 수 있다. 어린이의 단독(赤丹)에는 식초에 개어 바른다. 곤장을 맞은 상처에는 계란 흰자에 개어서 바르면 효험이 있다. 잎은 나물을 무쳐서 먹는데, 기운을 내려주고 귀와 눈이 밝아지게 한다. 많이 먹으면 약간 설사가 난다. 짚을 태운 재에 물을 타서 가축의 헌데를 씻어낼 수 있다.

(번역출처: 진주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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